우리의 정서와 가치를 지키고 유지시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보수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어려운 일은 요즘 세태에는 '도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삶의 나이테가 겹겹히 쌓이는 나이가 오면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옛것의 형태가 빛나기 시작한다.
우리는 그것을 '문화'라고 부르기도 하고 '자존심'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 문화와 자존심의 토대 위에 새로운 '진보적'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정지문>
<마루>
<방문>
<툇마루>
옛스러움을 지키는 일은 충분히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
그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고택은 나도 어린 나이에 접했다.
나의 외가집이 그랬다.
아래에 아궁이가 있는 툇마루에 올라
작은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한겨울 조카들이 추울새라 솜이불을 덮어주고
소죽 끓이는 가마솥 아래 솔가지와 장작을 넉넉하게 때 주시던 외숙모
방바닥이 너무 뜨거워 새벽녘 잠에서 깨어 방문을 열면
매섭게 불어 닥치는 한겨울 들바람의 시원함이 좋았다.
나는 오늘 이 고택을 보면서
그 겨울 외가집의 향취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