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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계곡은 남쪽으로 백운산과 서쪽으로 영취산 그리고 북쪽으로 덕운봉 사이에 있다. 계곡의 물이 너무 맑아 여름철 등산을 마치고 하산할적에 몸을 풍덩 담그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다. 그 맑은 물 덕분에 여름철엔 평일에도 산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함양/장수 영취산이 유명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부전계곡 덕분에 평일에도 불구하고 매일 관광버스 3~4대 정도의 산행객이 올 정도다.

 

근데 흥미로운 부분은 이정표, 안내판 등이 설치된 정식등산로가 아니다. 때문에 안전시설도 전무하다. 산행객들이 길을 잃고 헤매기도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지자체로 민원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백운산과 영취산 등은 백두대간이다. 따라서 부전계곡도 백두대간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인위적인 개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고 식생 보호에 대한 조사와 관리도 진행중이다. 이로 인해 세월이 갈수록 원시림으로 변하는 건 당연한 결과이다. 근데 2010년 부터 부전계곡과 연계한 영취산 원시림을 토대로 해서 모 신문사에 의해 개척산행이 이루어졌고 기사에 실리게 되었다. 이때 부터 현재까지 많은 등산객들에 의해 기존의 숲길 뿐만 아니라 식생을 훼손하면서까지 막가자식으로 개척이 이루어진 상태이다.

 

어떻게 보면 부전계곡-영취산 산행은 '통제'의 의미를 내포한 기존의 일률적인 등산로의 개념이 아니라 풍부한 환경자원을 가진 자연을 통제 받지 않고 굉장히 자유로운 산행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장수군 무령고개를 통해 영취산을 단지 15분~20분만에 오를 수 있고 느긋하게 함양 부전계곡으로 하산 할 수 있는 초급자 코스가 존재하는 관계로 나이 지긋하신 50~60대 산행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덕운봉 능선 헬기장

 

위 사진의 평탄한 분지에 있는 마을은 함양군 서상면이다. 북쪽에 남덕유산과 서봉 그리고 월봉산, 남령을 두고 있고 서쪽으로 할미봉, 육십령, 깃대봉, 백운산으로 항하는 백두대간을 두고 있다. 동쪽으로 거망산을 두고, 남쪽으로 우락산을 두고 있다. 해발도 높아 고랭지 채소를 하는 곳이 많다. 특히 포도가 너무 달다. 몇년 전에 서상면소재지의 점포 아주머니가 포도를 조금 주셨는데 내가 여태껏 먹어 본 포도중에 가장 달았다. 지금까지도 그 만큼 단 포도는 구경을 못하고 있다.

 

▲덕운봉 능선 헬기장(사진클릭:확대)

 

단체산행객들이 주위를 구경할 틈도 없이 앞서간 일행을 따라잡기 위해 분주히 걸음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주위 지형에 대해 조금 알려드렸더니 부지런히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시더라. 그 장면을 한 컷 찍어 보았다.

 

남덕유산은 조선시대에만 해도 봉황산으로 불렸다. 지금은 덕유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북쪽, 덕유산의 상봉인 향적봉을 북덕유산이라 부르고 남쪽 봉황산을 남덕유산으로 부른다. 덕유산 국립공원의 주능선 종주는 무려 28km에 이른다. 북덕유산(향적봉) 아래는 안타깝게도 무주리조트 개발에 의해 엄청난 자연이 훼손된 상태다.

 

▲부전계곡(대부분 기암들로 이루어진 계곡)

 

이제 부전계곡도 유명해 진 모양이다. 도처에 쓰레기 투성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이정도는 아니였다. 2010년 경 부전계곡 용소 가기 전 마지막 전원주택의 할머니께서 용소 옆에 제발 쓰레기 수거함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변을 하셨다. 지금까지 직접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는데 너무 힘들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이번에 돌아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곳곳에 쓰레기가 숨겨져 있었다. 인간적으로 쓰레기는 각자 챙겨오자. 내년에 또 놀러가면 당신 자신이 그 피해를 입게 된다.

 

▲부전계곡(맑은 물, 바닥에 깔린 돌과 모래조차 깨끗하다)

 

▲부전계곡(전원주택들도 나름대로 운치있게 꾸며 놓았다)

 

몇년 전엔 부전계곡 임도를 걸을 때 아주 오래전 포장되지 않은 시골길을 걷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 느낌이 사라져 안타깝다. 아마 전원주택이 한두채 더 들어서면서 길도 옛 모습을 잃은 듯 하다.

 

부전계곡, 일단 이곳에 정식등산로가 개설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앞으로 계속 부전계곡과 등산로는 산행객들로 인해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특히 약초산행객들로 인해 백두대간 보호지역이 가진 원시림과 식생의 보존도 어려운 처지다. 이미 지형도에 나타난 길들은 전부 개척되어 산행리본(표식기, 시그널)이 난무하고 있는 상태이고 옛길이 사라진 지점 부터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면서 식생을 전부 파괴시켜 놓았다. 부전계곡 또한 곳곳에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연을 보호할 수 있는 해답은 무엇일까? 정식 등산로 개설과 통제를 통한 보호? 아니다. 이제 산행객들도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관광이 아닌 여행, 관람이 아닌 느낌으로 산행문화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1975년, 우리나라에 자연보호헌장이 선포된지 어언 38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자연보호는 개뿔(개에게서 뿔이 남, 전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함)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올바른 산행문화로 바뀌는 것이 쉽지 않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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